제 715 호 [만평] 신입생 대환영!!
[만평] 신입생 대환영!!_김다엘 기자
제 715 호 [순간포착] 한결같은 태양처럼
어느덧 2022년이 지나고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의 새해를 맞았다. 언제나 그렇듯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고 밤이 지나면 아침이 밝아오듯이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일지라도 자신이 어떻게 계획하여 더 알차게 보내냐에 따라 그 결실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이처럼 시간은 멈춰 있지 않고 계속 흐르며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하루하루를 더 깊이 있고 값지게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해의 목표를 정해두고 그 목표를 향해 한 발 씩 내디디며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푸르름의 상징인 소나무와 항상 붉게 타오르는 태양처럼 한결같은 마음가짐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자세야말로 그 무엇으로도 매겨질 수 없는 엄청난 가치이며 인간이 가진 최고의 무기이다. 이처럼 해마다 자신의 목표를 변경 및 수정하여 올 한해 이룬 것들은 무엇이 있고 다 이루지 모산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기 계발을 통해 한층 더 발전하는 학우분들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올해 신입생들도 점차 활력을 되찾아가는 학교생활을 마음껏 즐기며 새로운 장소에서의 행복한 새 추억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시원 기자
제 714 호 [순간포착] 푸른 비상
<푸른 비상> 이곳은 우리나라의 전통 궁궐인 창경궁이다. 전통 궁궐의 지붕 구조인 기와를 보면 위 사진과 같이 처마 끝자락을 장식하는 ‘토수’ 문양을 볼 수 있다. 토수는 용의 형태로 실제 존재하는 여러 동물의 특징을 결합하여 만든 상상의 동물이다. 동양의 문헌과 유물에서는 용이 왕권과 수신×호불과 호국의 신을 상징하고, 귀신을 물리치고 인간의 소망을 이뤄주는 성격을 지닌 상서로운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임금의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로 여겼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신적 존재인 용을 통해 백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웠다. 또한 이 토수 문양과 함께 처마의 형형색색 문양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궁궐 특유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색에 빠지기도 한다. 하늘로 곧게 치솟은 웅장한 궁궐의 용을 바라보며 이번 한해는 원하던 목표를 이뤘는지,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등을 되새기며 내년의 소망을 빌고는 한다. 한 해 동안 원하는 것을 이룬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 목표를 달성해야만 성공한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과보다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과정이 있기에 그 과정을 발판 삼아 발전하고 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1년이라는 길면서도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한없이 달려온 상명 학우분들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다시 시도하고 과정을 중요시하는, 더욱더 발전한 학우 여러분이 되었으면 한다. 새해에는 소중한 이들과 함께 궁을 방문하여 새로운 소망과 목표로 장식해보는 것은 어떨까? 양시원 기자
제 713 호 [사설] 세상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세상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1903년 미국의 키티호크라는 소도시 인근에서 인류 최초로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이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류가 대지, 바다에 이어 하늘을 지나는 순간이었다. 라이트 형제 중 연장자인 오빌 라이트는 1871년에 태어나 1948년에 사망했다. 1871년은 아직 마차가 운송 수단의 주류를 이루던 시대였다. 윌리엄 오그번이 소개한 문화지체(cultural lag)의 대표 격인 적기조례가 1865년에 도입되었는데, 이 법안은 자동차 앞에 말을 탄 기수가 길을 선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사회제도의 변화가 기술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생겨난 ‘어리석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오빌 라이트는 마차가 주류이던 시대에 태어나, 자동차와 기차를 타고 살아가다 비행기를 만들고 그 비행기가 핵무기를 투하하는 시대에 죽었다. 한 사람의 생애에 일어날 수 있는 진보로는 충분하고도 남은 변화였다. 그러나 후대에 오늘날의 사람들을 평가하면, 라이트가 겪은 세상의 변화는 차라리 간단한 것으로 여겨질는지도 모르겠다. PC가 태동하던 시기에 태어나, 인터넷의 탄생을 목격했고, 스마트폰이 세계를 뒤덮는 것을 보더니, 이제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짓는 시대이다. 고작 마흔 해 만의 일이다. 인간이, 그리고 인간이 만든 사회가 이런 변화를 어떻게 견뎌내야 할까. 우리는 후대에 또 다른 적기조례를 만든 사람들로 기록될까? 우리는 인터넷으로 놀라운 일들을 이뤄내 왔다. 인류의 지식은 경이로운 속도로 교환되고 쌓이고 있다. 세상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을 몇 분 만에 SNS에서 동영상으로 확인하는 건 꿈만 같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세상이 정말로 우리의 기술을 따라잡고 있는지, 우리가 이렇게 내어 달려도 세상이 적기를 들지 않을지는 모를 일이다. 스마트폰의 뒤켠에 선 N번방을 보라. 평생 갈고닦은 그림체를, 작고 며칠 만에 AI에게 무단 복제 당한 고 김정기 씨를 보라. 현금으로는 버스를 탈 수 없다는 말에 망연한 노인을 보라. 군대에 다녀왔더니 아르바이트 자리가 키오스크로 대체된 복학생을 보라. 세상이 기술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불만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있을 것이다. 적기조례는 어리석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뒤처지지 않게끔, 올라타지 못해 떨어지는 이들이 없게끔, 기술이 올바른 방향과 올바른 속도로 나아가게끔 둘러보고 고민할 일이다. 보다 긴 시간 동안 두 말의 고삐를 잡아야 할, 바로 당신들이.
제 713 호 [만평]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만평]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_김다엘 기자
제 712 호 [사설] 고전(古典) 속에서 찾아보는 “자기관리(自己管理)”의 의미와 실천
고전(古典) 속에서 찾아보는 “자기관리(自己管理)”의 의미와 실천 자기관리(自己管理)는 자신을 잘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일상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 이상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자기관리의 중요성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및 국가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일찍부터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고전(古典) 중의 하나인 대학(大學)에서는 “국가를 다스리는 것은, 그 집안을 가지런하게 함에 있다. [所謂治國必先齊其家者]”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다[齊家]”라는 말에 가장 앞서서 해야 할 일은 바로, “몸을 바르게[修身]”하는 것이다. 중용(中庸)에서는, “군자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조심하고,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염려하고 두려워한다. [是故君子戒慎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라고 하였으며, 그러므로 “군자는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조심한다 [君子必愼其獨也]”라고 하였다. 이것은 신독(愼獨)을 말하는 것이다. “수신(修身)”과 “신독(愼獨)”은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동의 이상적인 결과는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자기관리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중 하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나의 처지는 어떠한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면, “나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행위는 스스로 좌표를 설정하고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서 볼 때, 자기관리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신념대로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신념은 주변의 여건에 따라서 흔들리기도 한다. 이것은 하나의 목표를 설정할 때의 순수한 마음이 외부의 요인에 의하여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맹자(孟子)는 앞에서 언급한 ‘목표를 설정할 때의 순수한 마음’에 대하여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이처럼 가장 순수한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며, 이러한 마음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것에 관심을 두고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맹자(孟子)는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일회성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항상 올바른 생각과 행동이 무엇인지 인식하면서 행동으로 끊임없이 옮길 수 있어야 실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자기관리(自己管理)는 고리타분한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자리하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자기관리(自己管理)는 나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자기관리(自己管理)”는 항상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확인하고, 부족한 점을 메운 이후에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맹자(孟子)에는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이라는 말이 있다. 즉 근원이 있는 물은 끊임없이 흘러서 ‘구덩이를 메운 이후에 앞으로 나아간다[盈科而後進]’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물의 근원이 없는 구덩이는 7‧8월에 비가 와서 잠시 채울 수는 있어도, 이후에는 마를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학문하는 자세를 비유하는 데 사용하고, 자신의 실체와 부합하지 않는 명예를 갖는 상황에서 쓰이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볼 때, 결국 “자기관리(自己管理)”는 자신의 본분에 대한 성찰이라는 내적 성숙과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배우려는 겸손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정치‧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인은 “자기관리(自己管理)”의 말을 되새기며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제 712 호 [만평] 김밥의 계절이 돌아왔다
[만평] 김밥의 계절이 돌아왔다_김다엘 기자
제 712 호 [순간포착] 반영
<반영> 빛이란 물체가 광선을 흡수 또는 반사하여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 눈의 시각 신경을 자극하여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전자기파이다. 빛 자체의 색 또는 물체의 색감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색으로 보일 수 있으며 개개인의 시각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빛의 성질에 따라 우리는 각자 다양한 관념을 가지게 된다. 위의 사진만 보더라도 보라색, 파란색, 분홍색, 남색 등의 여러 색을 떠올릴 수 있으며 공간 자체의 색이 어두운 건지, 빛의 색에 의해서 보이는 것인지, 물체의 색이 그러한 것인지에 대해 추측해보기도 한다. 마치 야광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고 이는 빛의 색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노들섬에 있는 ‘음악 라운지 류’는 열린 일상 음악 공간이다. 이곳에서 빛에 비치는 신비로운 형태의 식물을 촬영해 보았다. 어두워 보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반영으로 나타나는 밝은색과 남색과 보라색 사이의 그 어딘가에 속하는 그러데이션도 보이는 조금은 신기한 장면이 연출된다. 특히나 이렇게 사진에서 보이는 신기한 색감과 빛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고 영감을 받기도 하며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상명 학우 여러분도 색의 반영에 대한 사색을 느껴보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나가는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양시원 기자
제 712 호 [책으로 세상읽기]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에 현실이 스며든다, ‘회색인간’
[책으로 세상읽기]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에 현실이 스며든다, ‘회색인간’ 김동식I요다I 2017.12.27. 《회색인간》은 작가 김동식이 쓴 단편 소설집이다. 단편이다 보니 다양한 장르가 나오는데 주로 sf, 스릴러, 오컬트 요소가 나온다. 김동식 작가는 ‘오늘의 유머’에서 꾸준히 소설 연재를 하였고 인기를 얻게 되었다. 공장 일과 글쓰기 일을 같이하는 작가는 전문적인 글쓰기 훈련을 받지 않았음에도 전달력이 좋은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다 드디어 《회색인간》을 펴낸다.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에 대한 내용을 어디선가 접했을 때 단편임에도 전달력이 좋아 이참에 책을 다 읽어보기로 했다. 하나같이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음에도 뒤로 갈수록 점자 그런 자극에 익숙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이야기가 단조롭다는 소리가 아니라 어느 순간 이 책에 몰입하여 다음 소재는 뭘까? 하고 기다리게 되는 과정이다. 간혹 허무한 결말이 나오면 완전한 해피엔딩을 좋아하던 나에게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었다.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소재를 떠올리는 능력은 대단하다. 몇몇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먼저 접했을 만큼 유명하기도 하다. ‘낮 인간, 밤 인간'에서는 서로 다른 이념과 이익을 위해 대립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아우팅’은 사회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보여줌과 동시에 누구든 소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는 우리 사회가 차별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민감해져야 하는지를 꼬집고 있다.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에선 집단지성의 폐해를,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것인가’라는 인간의 본질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듯 주로 개인의 고민보다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무언가(나라, 기업, 외계인, 종교, 신, 우주, 조직 등)에 계층 일부나 사회가 변한 뒤 그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그 묘사가 사실적이기도 하고 덤덤한 문장을 내놓기도 해서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장면이 있기도 했다. 지금까지 에세이형 소설이나 ‘힐링’ 위주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이런 이야기가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오히려 매번 다른 느낌이 들어 읽으면서 쉽게 지루하지도 않았다.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각 캐릭터에 이입하고 서사에 집중하는 것보단 ‘저런 세계 속에서 나라면?’을 좀 더 묻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단편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이름도 재사용되는 경우가 있고, 주로 지칭도 소년, 소녀, 그, 그녀, 회장, 아버지, 딸, 사내 등등 대명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우리가 ‘직접’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다양한 생각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최고의 소설임은 틀림없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어린 왕자의 별’이었는데, 배설물이 곧 집이고 음식이며 흙인 행성에 갇힌 사람들이 배설물로 집을 짓고 물건을 만드는 장면이었다. 다소 비위가 상할 만한 내용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았다. 이렇듯 단편마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큰 장점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다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지금까지 없었던 글의 느낌을 받을 것이다. 선택하는 단어, 문장의 구조가 기존의 익숙함과는 조금 달랐다. 공들여 서술할만한 부분을 문장 하나로 종결짓고 오히려 주목하지 않았던 곳으로 독자들을 유도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러한 SF나 스릴러 같은 소설은 작가가 마련해둔 서사의 끝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작가는 예상한 데에서 두 발짝씩 앞지르는 이야기를 만든다. “김동식 작가의 짧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때로 비웃고 슬퍼하고, 때로 분노한다. 그것은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다.” 김봉석 문화평론가의 말이다. 작가의 농담 같은 이야기는 물 표면의 파동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울림을 준다. 여러 가지의 복합적이고 살아있는 문장들이 이 책에 들어있다. 짧은 단편 모음집이라 킬링타임용으로도 좋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문장의 힘이 있다고 느꼈다. 토론용으로도 좋은 주제일 것이다. 각자 자신이라면 어떻게 반응하고 해결할 것인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될 것이다. 가볍게 들리지만 어려운 주제이고, 또 과감히 다가가는 이 소설의 매력을 당신도 느꼈으면 좋겠다. 김다엘 기자
제 712 호 [영화으로 세상 읽기] 길 위에서 화합을 운전하다. 그린 북
[영화으로 세상 읽기] 길 위에서 화합을 운전하다. 그린 북 영화 <그린 북> / 2018 영화 포스터를 보면 너무 나도 다른 두 사람이 한 차를 타고 있다. 천재 피아니스트로서 매너와 지식을 겸비한 흑인 피아니스트, 이에 다르게 지식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백인 운전사, 둘은 성격도 다르고 피부색도 당연히 다르다. 그런 두 사람이 미국 남부 콘서트를 위해 몇 주간 같이 지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영화 "그린북"에서 말이다. 영화 그린 북은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흑인 여행자들이 출입할 수 있는 숙박 시설, 음식점을 지역별로 모아놓은 책)과 인종차별이 만연한 1960년대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1962년 뉴욕 브롱스에 사는 토니 발레롱가는 나이트클럽 경호원으로 일하며 모든 문제를 주먹으로 해결하던 남자이다. 이후 실직하고 구직 하는 중 천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설리의 운전사로 취직하게 되고 인종차별의 특히 심하던 남부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두 사람의 관계에 주목해봐야 한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고용주(돈 설리)와 피고용자(토니)로 이루어진 관계이며 피부색이라는 근원적인 요소가 아닌 고용된 상태라는 역전의 상황을 맞이한다. 물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듯 어떤 요소로도 사람을 상 하 관계로 나누는 것을 옳지 않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은 지위와 상반된 상황이므로 반드시 그 부분을 주시해서 보아야 한다. 영화 <그린북>은 위와 같이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시절, 인종차별이 만연하였던 그 시절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졌던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화합의 장면들은 가히 아름답고 정겹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시점에서 약 60년이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에서는 타 인종에 대한 차별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한 사건을 봐도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영화 그린북은 이 시점에서 돌아봐야 할 아픈 과거의 기록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당시 아픔을 기억하고 차별의 연속에 끌려가지 않도록 영화를 통해 되짚어 보면 좋을 것이다. 장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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