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2 호 [뮤지컬로 세상 보기] 술래가 되어
술래가 되어 항상 술래였던 한 소년이 있다. 가위 바위 보를 못해서, 달리기가 느려서, 높은 곳이 무서워서. 시간이 흘러 소년은 이제 노인이 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그는 술래가 되어 친구들의 흔적을 찾는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 산등성이 돌탑 뒤에, 휘파람이 들리는 그곳에서. 해가 떨어져 밤이 깊어가니 얼른 집에 가자고, 애타게 친구들을 찾는다. 뮤지컬 ‘귀환’은 이 노인, 승호가 술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간다. 승호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며 숙제도 미루고 시험도 걱정하는 평범한 소년시절. 그들은 모두 꿈을 꾸며 스스로 알을 깨고 훨훨 날아오를 그 날을 기대했다. ‘귀환’은 승호와 친구들의 소년시절이 누구에게나 존재했던 평범한 일상이었음을 강조한다. 우리 모두 매일 지루함을 느끼고 때로는 하찮게 여기는 일상들. 그렇지만 동시에 그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역설한다. 그 평범한 소년시절을, 당연한 일상을 전쟁이 저물게 했으므로. 함께 하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고 애써 불안을 억누르던 그들이었다. 눈을 감고 지나가기를 빌고, 담담한 척 스스로도 속여 봤지만 전쟁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결국 전쟁은 소년들의 꿈을, 우정을, 목숨을 앗아갔다. 마지막까지 혼자 살아남은 승호는 그들에게 약속했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 산등성이 돌탑 아래, 휘파람이 들리는 이곳으로 꼭 찾으러 오겠다고. 백 년이 지나도 반드시. 결국 ‘귀환’이 승호와 친구들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전쟁의 참혹함’이었다. 자칫 반감이 들 수도 있는 소재와 주제를 진정성 있게 풀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전쟁의 과정과 결과보다도 ‘사람’의 심리를 노래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고, 이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다 결국 승호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승호의 이야기는 결코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친구를, 연인을 기다리며 울고 있고, 누군가는 차가운 흙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부디 승호의 마음이 잘 전달됐기를 바라며 ‘귀환’의 주제인 ‘한국전쟁 참전용사 유해 발굴 사업’에도 작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윤소영 기자
제 681 호 [뮤지컬로 세상 보기] 아이다, 사랑과 운명의 이집트로
<아이다, 사랑과 운명의 이집트로> 아이다 뮤지컬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이다.” 뮤지컬 <아이다>는 이 노랫가락으로 시작된다. 베르디의 오페라를 원작으로 하는 이 뮤지컬은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노예이자 누비아 공주인 아이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그리고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 이 세 인물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세 인물 모두 사랑을 바라보지만 누비아와 이집트 간 갈등은 그들에게 저마다의 사명을 수행할 것을 재촉한다. 목숨을 건 전쟁 속에서 세 인물들은 사랑 이외에도 자기다움, 신념, 용기 등 여러가지에 대해 고뇌하는데 뮤지컬은 이를 장엄한 무대 연출과 전율이 흐르는 퍼포먼스를 통해 구현한다. 그렇게 <아이다>는 우리를 그 먼 옛날의 이집트로 데려간다. 원래는 뮤지컬 영화를 좋아했다. 배우의 모습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영화 흐름 안에 노래가 들어와 장면 전체를 연극처럼 만드는 게 좋았다. 과장된 몸짓, 폭발하듯 튀어 오르는 솔로곡과 섬세한 앙상블, 특징적인 의상, 독특한 무대 장치 등 같은 극 예술이지만 영화와는 분명 다른, 뮤지컬만의 극적 요소들을 사랑했다. 그럼에도 정작 뮤지컬은 관람할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는데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아이다>가 더 이상 제작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이걸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난 후 집으로 오는 내내 다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집트의 해질녘, 누비아의 푸른 강가, 포로들의 절망과 희망의 춤. 그 모든 것들이 머리 속에 자리를 잡고 좀처럼 나가려 하질 않았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올해를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 연말의 기억에는 <아이다>가 있다.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상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작품, 진주 같은 작품. 나에게 <아이다>는 그런 작품이다. <아이다>는 다가오는 20년 1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할 예정이니 올해의 마지막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거나 내년을 특별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보러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가기 전 미리 넘버들을 귀에 익혀 둔다면 공연장에서는 무대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비장한 퍼포먼스를 즐기고 싶다면 아이다와 앙상블의 ‘dance of the robe’를, 배우의 표현력이 돋보이는 서정적인 가락을 감상하고 싶다면 암네리스의 ‘I know the truth’를 추천한다. 임재인 (국어교육과·1)
제 681 호 [책으로 세상 보기] 질문이 주는 선물
<질문이 주는 선물>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수업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 사회탐구 과목 중에서 생활과 윤리나 윤리와 사상을 선택한 사람들이라면 들어봤을 이 책. 이 책은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에서 시작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책 제목부터 시작된 질문들이 책을 읽는 내내 쏟아진다. 이 책 속 질문들은 단순하면서도 날카롭다. 나의 사고의 흐름을 다 아는 마냥 생각하는 모든 질문들을 던져준다. 많은 질문 중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들은 전차의 딜레마 속 질문이었다. 두 철로 중 한 철로에는 인부 다섯, 다른 철로에는 인부 하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전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처음에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면 당연히 인부 한 명의 희생으로 다섯 인부를 살리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왜 그것이 당연한 것일까? 만약 다섯 인부는 모두 부양할 가족이 없는 고아이고, 하나의 인부는 일곱 자녀를 둔 가정의 가장이라면 선택이 달라질 것인가? 아니면 만약 그 인부 한 명이 나의 가족이라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이와 같이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을 보면서 심심할 틈이 없이 즐거웠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과연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질문일까 싶었다. 정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그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그런 나의 생각은 사라졌다. 우리는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정의가 무엇인지, 그것이 왜 정의인지, 그리고 정의를 알아가고 생각하면서 우리의 삶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가는 삶의 많은 것들에 영향을 미친다. 즉 정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생각하는 일이다.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해야 할 생각이지만 너무 어렵다. 이 책은 그 어려운 생각들을 단계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며 이 책과 함께 자신의 삶의 태도와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선물 받았으면 한다. 김지윤 (국어교육과·1)
제 681 호 [기획] 제2캠퍼스 'WITH' 총학생회 인터뷰
▲ 2020학년도 ‘WITH’ 총학생회 학생회장 강태현(스포츠산업·3) 2020학년도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소감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당선된 후 주변의 많은 축하를 받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동시에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이므로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학년도 ‘드림’총학생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는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공존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학우들의 도움으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차기 총학생회를 어떻게 총학생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 이름 ‘WITH’에 걸맞게 ‘함께하는 총학생회’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우리의 의견을 내기보다는 학우들의 의견을 최대한 귀담아듣도록 노력할 것이며 학우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또한 학우들을 대표하는 입장으로서 시설 보수, 불만 사항에 대하여 학우들의 건의를 학교에 전달하며 학우들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31.5%로, 간신히 유표 득표율을 넘겼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로 총학생회와 단과대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하여 학우들의 기대 미충족과 불만으로 인해 투표율이 저조했던 것 같다. 또한 선거 기간 동안 기상악화도 투표율 저조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조한 선거 투표율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학우들의 긍정적인 시선을 받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총학생회가 되겠다. 간략한 소개 및 주요 공약 설명을 부탁한다 ‘WITH’총학생회는 학우들과 함께하는 학생회를 의미한다. 이름에 걸맞게 행사 이전 사전 조사를 통해 학우들의 의견을 받아 반영할 예정이며 이외에도 학우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듣기 위해 월 1회 학우들과 함께 회의 진행,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몰래카메라 안심 ZONE, 학점포기제도를 주요 공약으로 선정하였다. 선거 전부터 소통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공약 중 ‘함께하는 총학생회’와는 별도로 학우들과 공약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인가 선거 전에 공약에 대한 여러 추측들이 많았다. 공약 피드백을 선거 중에 하고 싶었지만 SNS 선거운동 규정 상 불가하였고 이로 인해 선거운동 당시 소통이 부족하였다고 생각한다. 당선 이후 별도로 공청회를 마련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은 없지만 주요 공약 중 하나인 학우들과의 월별 회의 중에 지속적으로 공약에 대한 피드백을 할 예정이다. 학점포기제도에 대하여 학생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어떤 식으로 추진할 계획인가. 만약 학점포기제도가 불발 될 경우 다른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가 학점포기제도는 교육부의 권고 사항이며 법적으로 막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우들의 대다수가 원하고 이를 학생회에서 종합하여 학교 측에 건의한다면 충분히 부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학교 측에서 반대하여 공약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 추후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찾아낼 생각이다. 통학버스와 셔틀버스 문제는 현 총학생회도 많은 관심을 가진 사안이나 학생들에게 큰 이득이 되는 변화를 불러오지 못하였다. 특히 버스 배차간격과 시간에 대하여 불편함을 느끼는 학우들이 많다. 해당 문제에 대해 2020년에는 어떤 식으로 추진할 계획인가 통학ㆍ셔틀버스에 관련해서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외부업체를 통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다. 외부업체 측에서 지속적으로 버스를 줄이고 셔틀버스 금액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학우들의 의견을 모아 학교에 건의하여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축제 라인업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다. 향후 계획하는 축제는 어떤 축제가 될 예정인가 올해 축제에서 학생들이 많이 실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생들이 실망했던 요소 중 가장 큰 이유가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2020년도 축제에는 3일 모두 연예인을 초청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축제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대다수의 학생들이 만족하도록 기획할 예정이다. 또한 축제 자문평가단의 경우에는 올해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다. 이를 통해 시행 횟수보다는 참여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고 학우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계획이다. 상명대학보에서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학우들에게 ‘총학생회에 하고 싶은 질문’을 받았다. 그중 통학˙셔틀버스를 제외하고 흡연 부스 설치와 설문을 통한 학식 평가 및 메뉴 선정이 가장 큰 질문으로 떠올랐다. 향후 어떤 식으로 추진할 계획인가 흡연 부스는 2019학년도 총학생회 공약 중 하나이다.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되었다. 특히 한누리관 1층의 경우, 흡연 장소와 강의실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많은 학우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현 흡연 장소를 대체할 공간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가 만족하는 방안을 찾도록 총학생회가 이에 대한 의견을 받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학식의 경우 학기 중 학우들이 불편을 겪는 요소 중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학식에 대해서는 여론조사를 진행하여 학식 업체(한화 푸디스트)와 의견을 조율한다면 학식 식자재 낭비 문제와 메뉴 선정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우리로 인해 학우들의 학교생활이 조금 더 즐겁고 호전될 수 있도록 발로 뛰는 ‘WITH’ 총학생회가 되도록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 내년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흘러도 ‘2020학년도 총학생회 덕분에 1년이 참 괜찮았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학생회가 되고 싶다.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신 학우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더욱 보답하고 학우들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믿음직한 ‘WITH’ 총학생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인터뷰 진행 : 허정은, 한아름 · 인터뷰 정리 : 허정은, 엄유진, 한아름 · 사진 : 허정은
제 681 호 [기자석] 학생자치의 겨울, 봄꽃을 피우려면
2020학년도 학생자치기구 선거가 막을 내렸다. 서울캠엔 총학생회 후보가 없었기 때문인지 수능한파가 겹쳐서인지, 이틀에 걸친 선거는 한산한 겨울바람처럼 지나갔다. 단과대 학생회장 후보의 연설이 진행될 때에도 30명 안팎의 학생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선거기간에도 공약이 적힌 팻말과 선거본부 부원들만이 캠퍼스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 선거는 2019년 학생회에 대한 유죄선고이자, 2020년 학생자치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봐야한다. 본지 680호 <학생자치기구 인식조사>를 통해 다뤘듯 학생들은 학생자치에 큰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응답자 94.7%가 “학생자치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울캠 총학 및 경경대·문예대 학생회 불출마, 인사대 학생회 선거 투표율 미달로 인한 무효처리는 “학생자치에 관심 없다”는 무관심이 “학생자치는 필요하다”는 의식을 처절히 깨뜨린 것이다. 선거본부들이 제시한 공약들에서 이들의 정체성이 나타났고, 그 정체성은 학생들을 감동시키기 부족했다. 선거본부 공약들에서 공통적이었던 것은 담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의 가치에 대한 고민 역시 없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 때문인지, 학생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한 공약만이 존재한다. 이동학생회, 체전, 바자회 등 각종 이벤트는 매년 진행되어왔고, 특별함이 없다. 인식조사 결과 학생회가 “학생 요구 및 권리를 대변하고 학생들을 대표하여 학교와 소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답했지만 학생들의 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 역력히 드러났다. 2020년 학생자치에 봄꽃을 피우기 위한 네 가지 제언을 하겠다. 첫째, 학생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라. 우산을 빌려주고 간식을 제공하는 것, 중고서적을 거래하는 것은 분명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진정으로 ‘학생회’가 해야 하는 일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담론을 형성하고, 대의하는 기능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벅차다. 위와 같은 사업은 반드시 ‘학생회가 해야 하는, 학생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학교가 진행한다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학생회가 이에서 그친다면 학교에 의견을 전달하는 의견수렴함이자 이를 집행하는 서비스센터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학생회비를 유의미하게 지출하라. 학생자치의 활성화를 염원하며 납부한 학생회비가 일부 학생들을 위한 상품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학생사회에 정말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첫 번째 과정을 거친 후, 학생들이 ‘납부하고 싶은 회비’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셋째,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라. 수년 전부터 학생회 공약 중 단골공약은 ‘소통’이었다. 선거운동 표어에도 ‘소통’이 빠지지 않았다. 소통의 기본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학생회비 예산내역 공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공약으로 내세울 게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여타 대학들에서는 학교나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해 중운위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쌍방향 소통은 이루어질 수 없다. 학생들은 중운위에 누가 출석했고 어떤 의제가 논의되었는지 알 권리가 있다. 넷째, 대의원회를 정상화하라. 상설 학생자치기구 중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회는 현재 의례적으로 열리는 행사에 불과하다. 대의원들은 예결산과 관련된 심의도 전혀 없이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 타 대학에서 대의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예결산안이나 결의안 상정과 관련해 밤샘토론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 대의원회는 특별한 의제가 상정되지 않을 뿐더러 1시간 내내 의장단의 발언만 울려 퍼지다 마무리된다. 최고의결기구로서 대의원회를 정상화하고, 대의원회 안에서 건강한 논의가 지속되게 해야만 비로소 학생자치가 유의미해질 것이다. 상지대학교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전 총학생회장이자 영화 ‘졸업’의 박주환 감독은 총학생회가 “학교에 대표성을 갖고 이야기하고 협상, 협의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상명의 학생대표자들은 축제와 간식사업을 넘어선 삶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들도 학생자치에 관심을 갖고 ‘스펙을 위한 학생회’라고 비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해람 기자
제 681 호 [교수칼럼] 뉴 제너레이션 Z세대와 소통하기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기를 사용했으며, 신기술과 빠른 변화에 민감하다.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고 현실적이며, 다양성 인정에 관대한 세대로 사회와 환경에 관심이 많고 세상 변화에 대한 요구도 높은 세대이다. 이들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를 제친 뉴 제너레이션 Z세대이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나는 매일 같이 Z세대의 시작점부터 2000년에 태어난 뉴 제너레이션 Z세대들과 호흡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밝고 활기찬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나를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들을 이해하고 알기 위한 노력이 버거울 때가 있다. 물론 나는 소비트렌드, 마케팅 전략을 주로 가르치기 때문에 미래소비자에 주목하고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의무라 하겠다. 이들은 멀티 플랫폼을 이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이고, TV보다는 유튜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게다가 사회나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사회 변화를 요구하고 환경보호에 적극적이다. 확실히 나와는 다른 세대이다. 가끔은 나도 이들처럼 디지털 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의견을 자신 있게 피력할 수 있는 강단이 부럽기도 한다. 친구들과 가끔씩 “90년대 생은 우리와 다른 것 같아. 신기해”를 말하곤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의 말씀인 “도대체 너는 왜 그러냐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을 들으며 세대 차이를 외쳤던 내가 우리 부모님과 똑같이 어린 친구들과의 세대차이를 말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나는 우리 부모님처럼 그러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가끔은 툭 튀어나오는 말에 놀랄 때도 있다. 생각해보면 어느 시대든 세대 차이는 존재했고, 세대 간 갈등은 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시기에 8살짜리 초등학생이 유치원생 보고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말이 일리가 있게 들리기도 한다. 자장면 배달을 위해 중국집에 전화를 해 직접 주문을 했던 세대인 나는 전화 거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요즘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하고, 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에 익숙한 세대들은 음성통화를 어려워 한다고 한다. 텍스트에 익숙한 나는 궁금한 게 있으면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하는데 Z세대들은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한다. 참으로 다른 패턴이다. 그렇지만 나는 분명 이들과 소통하고 호흡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살았던 배경을 이해하고, 환경을 이해하려고 한다. 특히 이들은 다양성을 중시하며, 가장 편견이 없는 세대로 사람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맞서 인종차별, 여성차별 등 사회문제를 꾸준히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급격한 기후 변화로 빈번한 자연재해를 겪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렇듯 사회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멋지다. 그들과 내가 다르다고 편가르기 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의 좋은 점을 취한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사고법인 헤겔의 ‘변증법’을 좋아한다. 어떤 사물(테제)에 대해 모순되는 사물이나 문제점(안티테제)이 존재하면 이를 통합해서 모순을 극복하고 더 발전되고 완벽한 해결법으로 나아가는 정반합의 사고가 맘에 든다. 여기에 어울리지는 모르겠지만 세대 간 갈등을 극복하고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반합의 사고가 필요할 것 같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Z세대의 적극적이면서 다원주의 사회를 갈망하는 특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Z세대의 입장에서는 기성세대의 삶의 지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상적 ‘합’의 상태인 바람직한 사회 형성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과의 나이차이가 커지면서 학생들을 소통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사회가 빠르게 변해 그 속도를 맞출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그렇지만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서로의 이해를 통해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되길 기대해본다. 양희순 교수(의류학과)
제 681 호 [사설] 백년을 위한 제언
올해도 수능 한파 속에서 2020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고사가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입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미 다양한 수시전형이 진행 중이며,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와 적성에 맞는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대학 역시 교육이념, 인재상, 학과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우수한 학생의 선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과 학교의 건강한 노력과 달리, 최근 입학전형과 관련된 몇몇 사건들은 많은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심어주었다. 대학 입학전형 방식은 물론 고등학교 교육정책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입학 제도의 첫 번째 특징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점이다. 크게는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으로 나뉘며, 각 전형 내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실기전형 등 다양한 전형이 존재하여, 각 전형별 취지, 기준, 배점 등은 천차만별이다. 입시를 담당하는 전문가들도 각 전형의 특징을 속속 들이까지는 알지 못할 정도라 한다. 대학입시 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지나치게 잦은 변화의 과정을 겪었다는 것도 우리나라 대학입학 제도의 특징이다. 최근의 분석에 의하면, 광복 이후 대학입학 선발 방법은 총 18번 변경되었는데, 이는 매 4년마다 대학입학 전형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입학 전형 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교육 당국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다소 과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연계된 대학평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시 관련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중에서도 대학입학 전형 방식의 잦은 변화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대학입학 전형 방식의 변화는 대학은 물론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선을 심어줄 수 있다. 최근의 특수목적 고등학교와 자립형 고등학교의 폐지 발표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고등학교 교사들이 경험하게 될 혼란을 짐작할 수 있다. 모든 제도는 나름의 근거와 논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제도는 단점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논의되는 새로운 제도의 변경이 미래에 긍정적 결과만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향후의 대학입학 전형의 방법 및 기준에 대한 논의는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음의 몇 가지 원칙이 지켜지기를 기대해 본다. 먼저, 새로운 정책의 도입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러 대안들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그 분석 내용들이 가감 없이 투명하게 토론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교육 현장의 경험과 우려에도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여 입시의 자율성을 대학에 보장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름의 역사와 전통이 있으며, 지역적, 환경적 여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학에게 일률적 기준과 통일된 지침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대학에게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학생이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자율적으로 선발할 권한을 부여하되, 교육 당국은 대학의 선발 과정에서의 불공정, 부정, 비리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지 않고 철저한 조사와 함께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정책이 채택되더라도 백년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몇 십 년 동안 만큼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여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로 하여금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대학입학 준비를 할 수 있는 안정감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교육 정책이나 입시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일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 또는 단기적인 처방은 또 다른 문제와 이슈를 나을 수 있다. 이번 대학입학 정책의 변화에서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근간으로 미래의 세대를 위한 백년의 계획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제 681 호 [상명만평] 굳건한 불매운동
황인선 (만화학과)
제 680 호 [기획]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의 섬에 발을 내딛다
독도아카데미 42기수 대학생으로서 이번 독도 여행에 참여 하게 되었다. 독도아카데미는 전국 학보사 기자단, 교육대학교 예비 교사를 상대로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기자는 상명대학보 사의 일원으로 이에 참여하였다. 후포항에서 내딛는 독도로의 첫 발걸음 울릉도에 가기 위해 경북 울진에 위치한 후포항에 도착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울진까지 장시간 버스이용으로 허기가 진 우리는 바로 앞 식당에서 새벽 4시에 허기를 달랬다. 전국 각지에서 온 대학생 친구들과 처음 대면하는 만큼 보이지 않는 어색함이 맴도는 식사 시간이었다. 식사 후 자유시간을 가졌는 데, 막 해가 뜨기 시작한 바다와 옅게 깔린 물안개는 여행의 기 대감을 더욱 자극했다. 우리는 이내 바로 울릉도행 여객선에 승선했다. 후포항에서 울릉도까지는 배로 2시간 30분이 소요 된다 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뱃멀미는 잠잠한 바다 덕분에 걱 정 없이 순조로운 출발이 되었다. 독도를 지켜온 우리의 영웅들 독도의용수비대 및 안용복 기념관은 울릉도의 높은 산 위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데 가만히 앉아만 있음에도 이리 저리 부딪힐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고 험난한 길이었다. 길에 대한 걱정도 잠시 이내 우리 시야에는 울릉도의 바다 전경이 들어왔고, 어느덧 정상의 기념관에 입성할 수 있었다. 기념관은 2013년 안용복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개관된 것 으로 그의 업적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안용복은 독도를 왜세 로부터 지켜낸 조선의 백성이자 어부였다. 그는 1693년 울릉 도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중 불법 조업 중인 일본 어선을 발견 하고 항의하다 오히려 일본으로 잡혀갔다. 허나 그는 일본에서 울릉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강경하게 주장하여 서계를 받아냈 다. 이것이 독도를 최초로 수비한 독도의용수비대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독도의용수비대는 1953년부터 1956년에 이르기까지 일본 의 무단 침입에 맞서 독도를 수비한 민간 조직이다. 실제 1953 년 일본 해상 보안청 소속 숙기선이 독도에 접근하자 위험 사 격을 가해 이들을 격퇴시키고, 일본 순시함 세 대 및 비행기 한 대와 총격전을 벌여 승리를 거두는 등 목숨을 건 전투도 영토 를 지키기 위해 마다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그 시대 사람이었다면 안용복을 비롯한 의용수 비대처럼 용맹이 적에게 맞설 수 있었을까? 라고 웃으며 얘기 를 나누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웃음은 사실 자신 이 없음에 대한 서로에게 민망한 웃음이었던 것 같아 스스로 에게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울릉도에서 바로 독도로 약 8시경 우리는 울릉도에 도착했고, 짐 정리 및 좌석 배치 를 받은 이후 바로 독도행 승선권을 받아들였다. 평소였으면 연속된 일정이 단지 피곤했을 테지만, 독도 하나만을 생각하니 기대감에 흥분이 될 뿐이었다. 그렇게 여객선에 탑승한 후 1시 간 30분가량 소요하여 독도에 도달하였다. 다만 독도는 다른 섬들과는 다르게 방파제가 존재하지 않아 접안이 쉽지 않았다. 한 번은 독도의용수비 대원들로부터 접안이 불가하다는 대답 을 들어 눈앞에 있음에도 밟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망감이 커 져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약 5분가량의 접안 시도 끝에 파도가 잠잠해져 순식간에 입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약 30분가량으로 정해진 관광 시간 때문에 주변에서는 인증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우리 독도아카데미 대학생 42기는 독 도수호 결의로 귤을 독도의용수비대에 전달하였다. 그 후 나는 개인적으로 독도의용수비대원과 담소를 나누었다. “이곳에서 는 바다를 통해 물을 끌어 먹는다”, “기상이 좋지 않으면 마시 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와 같은 사소한 대화를 잠시 나눌 수 있 었는데, 이에 나는 수비대원분들이 독도를 지키고자 하는 굳센 의지와 결의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파도나 기상 상 황으로 인해 정해진 30분 보다 적은 10분가량만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었지만 그 순간 느꼈던 감정과 그곳의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주위에서 “살면서 독도 한 번쯤은 가봐야 한다”라는 말을 들 어왔는데 그 말의 뜻을 스스로 깨닫게 된 시간이었고, 우리는 앞으로도 독도를 수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그들과 아 름다운 독도를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김경관 기자
제 680 호 [ 영화로 세상 읽기 ] 우리는 ‘아서’인가 ‘조커’인가
토드 필립스 │ 스릴러, 드라마 │ 2019년 │ 미국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강한 인식을 준 영화 주인공에는 ‘조커’가 있다. 우리에게 ‘조커’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의 이미지는 미치광이, 광대, 악당 등으로 좋은 이미지는 없다. 하지만 이번 영화 <조커>는 그가 어떠한 경험으로 인해 조커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숨겨있던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어찌 보면 그저 DC 영화의 하나로써 누군가에게는 악당이고 누군가에게는 영웅일 수 있는 영화이지만, 나에게는 <조커>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주인공 ‘아서’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직업인 코미디언을 꿈꾸며 어머니를 부양하는 한 빈곤한 가정의 아들이다. 하지만 그는 정신이상으로 이유 없이 웃음이 새어 나오는 질병이 있는데, 그의 웃음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를 멀리하며 ‘아서’는 친구도 몇 없는 외로운 생활을 살아간다. 주변이나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 또한 따뜻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 지하철 사건으로 주인공 ‘아서’는 ‘조커’의 삶으로 살아가게 된다. 감독 토드 필립스는 영화<조커>에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인터뷰했다. 주인공 ‘아서’는 그가 겪는 질병으로 지역지원상담소에서 매주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고립되고 외로운 일상에 관한 이야기나 일기장을 보여주곤 한다. 상담사는 늘 미간을 찌푸리고 이야기를 듣지 않은 채 똑같은 질문과 자신의 일자리에 관한 실업만 걱정하며 ‘아서’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 이처럼 영화 속에 정신질환자인 ‘아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전혀 배려가 드러나지 않는다. 약자에 대한 은근한 무시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 사회에서 주된 문제점이다. 영화 <조커>처럼 우리 사회에도 ‘강약약강’은 우리의 인식에 자리잡혀 있다. ‘강약약강’은 강한 상대에게는 약하고 약한 상대에게는 강함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회의 한 면을 보여준다. 약자에게 보여주는 강인한 면모와 강자에게 보여주는 여린 모습은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나만 잘되면 돼’와 같은 이기적인 면모 또한 사회에서 필수적인 모습으로 평가된다. ‘나만’이라는 이기심은 타인과의 관계를 깨뜨리는 주요인으로, 점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내가’ 혹은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세상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영화처럼 우리는 약자에게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대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 <조커>에서 ‘아서’가 의도치 않은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해 한순간에 ‘조커’가 된 것처럼, 우리도 의도치 않은 일로 인해 한순간에 타인에게 배려도 받지 못하고 인식 또한 좋지 않은 ‘약자’로 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니까.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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