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2 호 [영화로 세상보기] "T와 F가 만나면, love", 영화 <엘리멘탈>
[영화로 세상보기] "T와 F가 만나면, love", 영화 <엘리멘탈> 영화 <엘리멘탈>/ 2023 “네 빛이 일렁일 때 정말 좋더라.” 불과 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엘리멘탈’에 나오는 대사 중 일부이다. 영화 제목인 ELEMENTAL은 <원소>라는 의미가 있다. 제목처럼 불, 물, 흙, 공기 4개의 원소가 사는 세상을 다룬다. 두 남녀 주인공은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다. 불 원소 여자 주인공인 ‘엠버’가 가게 개업 날 화를 내면서 수도관을 터트린다. 수도 관리를 하고 있던 물 원소 남자 주인공 ‘웨이드’가 관을 통해 들어온다. 둘은 그렇게 처음 만나고, 가게 문제로 인해 계속 붙어 다니게 된다. 그러던 중, 불 원소 마을에 물이 떠밀려 온다. 두 주인공이 모래주머니를 쌓아가면서 댐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엠버가 본인의 불을 이용해 모래를 유리로 만들면서 마을을 지켜낸다. 웨이드는 엠버가 만든 유리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웨이드 부모님에게 일자리를 제안받는다. 그러나 엠버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야 하는 압박 속 고민에 빠진다.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피터 손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한국적 특징도 찾아볼 수 있다. 엠버가 집을 떠날 때 부모님에게 절을 하는 모습은 추석에 부모님께 절을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 웨이드가 불을 먹을 때의 모습은 외국인이 김치를 먹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인생네컷을 찍는 등 한국적 요소는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영화가 알려주는 사랑은 ‘배움’이라고 느꼈다. 영화 속 엠버는 본인이 몰랐던 장점을 알게 되고, 웨이드의 장점을 배운다. 이렇게 둘은 더 성숙해지고, 관계도 깊어진다. 서로 상극이라 생각되는 불과 물도 사랑을 하는데, 같은 사람인 남녀는 사랑하기 더 쉽지 않을까? “우리가 안되는 이유는 백만 가지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 영화 속 웨이드의 말처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랑을 계속해야겠다. 한현민 수습기자
제 721 호 [책으로 세상보기] 다산의 마지막 습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책으로 세상보기] 다산의 마지막 습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습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ㅣ조윤제 지음ㅣ청림 출판ㅣ2020 ‘공부의 끝에서 다산은 왜 처음으로 돌아갔는가?‘ 다산 정약용은 마흔이 될 때까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고 성균관에 들어가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다. 과거에 급제하면서 관직의 길로 들어서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하게 관직에 입문했다. 하지만 다산은 승승장구했던 그 시절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리고 누명을 쓰고 귀양을 떠난 머나먼 바닷가 귀양지에서 훗날 다산은 아득한 바닷가의 대나무 숲에서 자신을 다시 찾았다고 말한다. 귀양살이는 그의 삶에서 가장 길고 큰 비극의 시간이었지만 다산은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소학>‘에서 얻은 깨달음 덕분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비범하지 않은 경험들을 반복해서 살아내는 삶의 과정인 일상에서, 본래의 나를 찾아주는 것이 근본으로 돌아가는 <소학>이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통해 진정한 학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소학>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배워 <소학>의 가르침에 따라 근본으로 돌아가 자신을 충실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내가 당당한 까닭은 어제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으로, ‘내면의 충실함은 엄정한 겉모습이 뒷받침되어야 하듯이,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있다면 하루하루의 충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일상은 단지 하루만의 모습이 아닌 하루하루를 충실히 쌓아가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누적되고 쌓이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매일 습관을 실행해나가 본인이 이루고 싶은 바를 향해 끝까지 노력해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할 구절은 ‘높이 오르고 싶다면 일상의 바닥에서부터 한 걸음씩 올라가라, 느리기에 방향이 확실하고 무겁기에 발자국이 깊다’ 라는 내용으로, ‘빨리 성과를 보고자 하면 도달할 수 없고, 작은 이익에 마음을 빼앗기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빠른 결과를 원하면 누구나 마음이 조급해지며 특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면 더 그렇다.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에 무리하게 되면 오히려 일은 더 늦어지고 만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작은 이익을 탐하게 되면 당장의 손익에 급급하기에 원대한 계획은 세울 수 없으며, 크고 위대한 일은 그에 걸맞은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의 39 페이지를 보면 ‘고난 속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사람은 언젠가는 그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다. 고난을 통해 얻은 지혜와 통찰을 바탕으로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말해보자면, 고난이 닥쳐와도, 자신이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더라도 그 안에서 배움을 추구하고 정진하여 빛나는 시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움에는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한 것은 바꾸고 갈고 닦아 더 나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기본으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에서 나를 성장시킬 작은 습관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통해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초점을 두고, 이 안의 배움과 사색과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가 매일 매 순간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 정소영 기자
제 721 호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 어바웃 타임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 <어바웃 타임> 사진 출처(watcha 홈페이지) 시간의 가치 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거나, 당장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도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이 있다. 바로,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나,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후회의 순간이나, 아쉬운 순간들 그리고 한 번 더 경험해 보고 싶은 순간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아직까지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 그 주제를 가지고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어바웃 타임”이다. 주인공 “팀“은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아들이다. 여동생이 한 명 있으며, 이름은 ”킷캣”이다. 아버지는 시원하고 가정적인 사람으로, 50세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현재는 아들과 탁구를 하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취미이다. 어머니 역시 가족을 사랑하며 평범하다. 그런데 팀의 직계 가족 남성들에겐,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으로 팀의 선조들 중 누구는 “부“를 원하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시간을 돌리지 않고, 그저 지나는 삶을 살아가기도 했다. 능력적인 부분만 봤을 때 실로 엄청난 능력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능력이 정말 축복의 능력인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다 시청하고 난다면 확실히 답하기가 매우 어렵다. 팀은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다양한 부분에서 사용한다. 그 많은 부분들 중 가장 팀이 중요시 생각했던 부분은 ”사랑“이다. 팀은 사랑을 찾기 위해, 정확히는 본인의 운명적인 사랑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돌린다. 물론 이 과정에서 팀은 시간을 돌려도 변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 있다는 중요한 부분을 깨닫게 된다. 내용이 중반으로 흐르고, 팀은 사랑하는 메리(팀의 아내)와 함께 자녀를 낳게 된다. 그런데 이때 한 가지 큰 사실을 깨닫게 된다. 팀이 가지고 있던 그 능력은, 팀의 자녀의 탄생과 동시에 그 시작점이 달라진 것이다. 쉽게 말해서, 팀이 만약 아이를 낳기 전으로 돌아간 후, 다시 현재로 돌아왔을 때 원래 있던 아이의 모습은 다른 아이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팀은 본래의 아이와 다른 아이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굉장한 괴리감을 느끼는데, 이 장면은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이 부분은 팀이 시간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을 향해 가면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등장한다. 팀의 아버지가 암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팀의 부인 메리는 셋째 아이를 가지길 원한다. 이에 팀은 아버지를 계속 만나는 것과 메리의 바램대로 셋째 아이를 갖는 것 가운데서 많은 고민을 한다. 결국 팀은 아버지의 바램에 따라, 셋째 아이를 선택하며,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에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장면은 더 이상 아버지를 만날 수 없는 팀과, 언젠가 그런 순간이 찾아올 것을 예상했던 아버지 사이에서 표현되는 미묘한 감정을 잘 나타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끝으로 결국 팀은 아버지와 진정한 “이별”을 한다. “우리는 모두 일상 속에서 시간을 여행하고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훌륭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야.”. 영화 말미에 나오는 대사이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순간의 시간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는 “팀“처럼 시간을 돌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그리고 매 순간을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수습기자 김종찬
제 721 호 [만평] 이번에도, 다음에도 응원
김다엘 기자
제 721 호 [기자석] 코로나19로 깨달은 일상의 소중함
코로나 19로 깨달은 일상의 소중함 6월 1일, 정부가 사실상의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며 도입되었던 방역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었다. 이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약 3년 4개월 만에 이전의 일상생활로의 회복을 의미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6월 1일부터의 방역 수칙에서는 코로나의 위기경보 수준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었고, 전국 임시 선별 진료소도 운영을 종료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번 연도 23학번 신입생으로, 입학 후 대면 수업을 들으며 모여서 조별 과제를 하고,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중이다. 또한 MT나 다양한 축제 및 프로그램들을 통해 벌써 많은 소중한 추억들을 쌓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이례적으로 입학식도 늦춰지면서 시작한 필자의 고등학교 생활은 수학여행은 물론 흔한 소풍이나 체육대회조차 열리지 못한 채 조심스레 지나갔다. 예전에는 단체 활동을 하기 전에 코로나가 확인해야 할 전제 조건이었는데, 이제 그러한 제약이 없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모든 활동을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어색하면서도 자유롭게 느껴졌다. 약 3년 동안 함께 했던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전반적인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에 더욱 차이를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평범한 일상이 그동안의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희생, 그리고 노력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있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대규모로 발생하던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며, 오랜 기간 긴 사투를 벌이고 사회 구성원들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의료진들과 예방 시스템 구축 및 자료 분석 등 다양한 업무에서 공공부문 관련자도 치열하게 바이러스와 싸워왔다. 이외에도 민간부분에서 자신의 직종이나 분야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의 방역과 대응에 힘써왔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는 아직도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고, 고위험군에게는 여전히 경계대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 완전히 종식되지 않아 감염의 위험에 계속 노출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큰 변이나 새로운 전염병이 도래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해야한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과학적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개인은 손씻기나 기침 예절을 통한 개인 위생을 철저하게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면서 협력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태를 극복해 나가면서 협력과 연대를 통해 어떻게 이러한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가야 할지를 지금 학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행동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게 되면서 나 자신과 모두의 안녕을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서로 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위기 극복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다 같이 지켜보았다.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는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결실이다. 예전에 까다로운 방역 수칙들로 인해 제한적이었던 생할을 상기시켜 보면 현재처럼 학교생활을 즐기며 친구들을 만나는 이런 일상 속 당연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러한 보통의 일상을 당연하게만 여기지 말고 우리 모두 평범하지만, 값진 우리의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이 어떨까? 신희원 수습기자
제 720 호 [칼럼]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을 바라보며 글로벌경영학과 김은경 교수 글로벌 신흥시장을 조사하고 탐구하는 강의가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세계여행은 언감생심, 대신 지구본을 곁에 두고 세계 곳곳을 둘러보곤 한다. 고백하자면 청소년 시절에 지리 과목을 싫어한 이래로 세계지도는 나에게 오랫동안 기피 대상으로 남아있었다. 이제는 전 세계의 신흥시장을 두루 조망하는 데 있어서 세계지도는 지정학적 형세와 국제관계와 땅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의 보고에 접근하는 흥미로운 창구로 다가온다. 신흥시장을 파헤치고 다루다 보면 국가별 흥망성쇠의 흐름 속에서 세상 이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미 모든 이가 알고 있는 예로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 정권으로 국민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나라로 전락했는가 하면, 2차 세계대전 직후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은 경제 수준과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갖추었던 필리핀은 부패정치와 부의 쏠림이 맞물리며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가 되었다. 그들이 넉넉했을 때 우리는 쌀밥에 고깃국 한 그릇이 소원이었던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사랑하는 어린 손녀딸을 위해 보송한 쌀밥을 꽁보리밥 한편에 따로 여며 주었다는 돌아가신 그리운 나의 할머니의 이야기는 흔한 예였다. 밥 먹고 사는 문제는 우리의 역사에 그리 오래되지 않은 화두였다. 프랑스로 유학하러 갔던 첫해, 지방의 한 도시 디종에서 어학과정을 밟았었다. 그 지역 유지 한 분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도 기숙사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극동아시아의 학생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만찬을 베풀어주었다. 우리는 그야말로 먹고 또 먹고 산책하고 쉬엄쉬엄 낱말 맞추기도 하고 다시 또 먹고 그렇게 종일 맛난 음식을 대접받았다. 가족 친지들이 모여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그 나라의 크리스마스 풍습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휴가기간 배곯는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프랑스식 온정으로 남았던 것 같다. 그날 우리는 막간에 각자의 나라를 소개하기 위해 프랑스 백과사전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백과사전에 꼬레 뒤 노르(북한)는 6쪽이고 꼬레 뒤 쉬드(대한민국)는 1쪽 소개가 되어있었다. 충격이었다. 아마도 북한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아직 경제 발전의 궤도에 오르기 전의 통계에 기초했기 때문이리라. 1986년 그해 디종 대학 언어 수업 시간에 나는 우리나라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소개했는데, 같은 반 동급생 일리노이 주립대 한 학생이 우리나라는 독재국가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파리, 뱅센느에 방을 하나 얻었다. 석사과정 등록을 위해 상경해서 집을 셰어하는 연배 있는 한 커플인 프랑스 남자와 독일 여자, 공무원인 또 한 명의 프랑스인에게 나의 조국을 알리고자 파리 소재 한국문화원에 들러 홍보 책자를 받아 집안에 잔뜩 들여놓았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너희 나라 대통령은 전지전능한 신이구나’였다. 1980년 서울역에서 민주주의를 외치고 반독재 시위도 했지만 그래도 내 나라는 엄연히 민주주의 국가에 법치가 살아있는 국가라고 믿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꾸만 나를 난감하게 하는 말들을 꺼내곤 했다. 어찌 나의 나라, 나의 조국을 조그맣고 볼품없는 그런 나라로 취급한단 말인가.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하늘을 찌르는 위상과 위엄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어로 랩을 하는 가수의 노래가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우리는 이제 작고 보잘것없는 나라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버티어내었고 어느덧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세상엔 그렇게 작고 가난한 나라들이 그 곤핍한 상황을 극복하고 멋진 성취를 이루는 경우가 있다. 발트해 연안에 자원도 땅도 그리 크지 않아 구소련의 누더기를 벗어 던진 후에도 여전히 앞날이 막막했던 나라가 있었다. 에스토니아, 그 나라는 남들이 하던 거 따라가면 이미 늦다고 선구자적 결단력을 보이며 IT를 선택했다. 우리가 다 아는 스카이프도 트랜스퍼와이즈도 이 나라의 창의력에서 나왔다. 우리도, 독일 정부도 벤치마킹한 전자정부 시스템도 이곳의 발명품이다. 자원도 없는 작은 나라의 살아남기는 이렇게 어느 리더의 걸출한 지도력으로 훌륭하게 성취되곤 한다. 결핍과 가난, 빈곤은 절망감을 안겨주고 발전을 의심하게 한다. 그렇지만 또 실로 가진 것이 없을 때 우리는 발버둥 치고 온몸과 마음을 다하여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쓴다. 거기서 역전의 기적이 일어난다. 국가의 이야기가 그렇고 개인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미 몇몇 나라가 그것을 보여주었고, 몇몇 아니 많은 젊은 창업자들이 그러하다. 결핍과 가난은 결코 예찬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때론 엄청난 도약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제 720 호 [책으로 세상읽기]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 “지리적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 “지리적 관점” ▲자료 이미지 (출처: yes24_홈페이지 ) 누군가 당신에게 “땅은 살아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 답할 것인가?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며 질문자를 타박하거나 당신이 들은 그 질문 자체를 부정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질문은 정말 헛소리에 불과한 것일까? “땅”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멈춰있는 존재인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에 대해서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으로 지리에 대해 연구한 사람이 바로 “팀 마샬”이다. 책이 가장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재의 국제정세가 자리를 잡게 된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령, 중국이 그토록 많은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이유와, 유럽의 열강들은 왜 지금껏 강대국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으며,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세계에서 일어난 무수히 많은 전쟁들에 대한 원인들도 모두 지리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마샬은 이야기한다. 이 수많은 부분들 중에서 이 글을 읽는 학우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을 한가지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책에서는 우리나라가 그토록 외침을 많이 받게 되었던 이유 역시 지리적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즉, 산맥이 있으나, 외적들을 막아줄 거대한 산맥이 없었기에 침략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변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이며, 외적들을 막아줄 거대한 산맥도 존재하지 않기에 더욱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외교적인 부분이나, 무역과 관련된 부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하나 만약 우리나라가 평화통일을 이뤄낸다면, 아시아의 강대국으로 더욱 면모를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이 책을 읽는 학우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중 “지리적 관점”이라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김종찬 수습기자
제 720 호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2020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삼진'에 입사한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는 8년차지만 말단 직원이다. 멋진 대리가 되어 자신이 직접 업무를 기획하고자 하는 큰 꿈을 안고, 이들은 승진을 위한 토익 600점 취득을 목표로 토익반 수업을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영은 삼진의 공장이 위치한 ‘옥주마을'에 방문하게 되고, 시커먼 오물이 파이프에 콸콸 흘러넘치는 것을 보게 된다. 마냥 ‘좋은 회사'라고만 생각했던 삼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걸까? 페놀 방류 문제를 비롯한 비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자영과 의리 있는 계약직 여직원들이 똘똘 뭉쳐 끌어가는 영화는 흥미진진하다 못해 큰 울림을 준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1년 경상북도 구미시의 ‘두산전자'에서 두 차례에 걸쳐 3월 14일과 4월 22일에 페놀이 유출됐던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가는 실제 사건을 소재 삼았다는 점보다 주인공들의 서사에 있다. 매사 꼼꼼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성, 획기적인 기획력을 가진 여성, 올림피아드에 나갈 정도로 뛰어난 수학 머리를 가진 여성. 세 명의 주인공은 누구보다 대리가 되기에 탁월한 자질을 가졌지만, 인문계가 아닌 ‘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무실에서 커피를 타고, 유니폼을 착용하고 근무한다. 이는 성차별과 학력차별이 만연했던 대한민국의 과거를 선연히 재연한 것이다. 과거에는 상업고등학교와 공업고등학교가 있었다면, 지금 우리나라엔 크게 인문계 고등학교와 대비되는 것으로 특성화고등학교가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한 학교인 데 반해, 특성화고는 취업을 더 우선시하는 전문계 고등학교이다. 수업 차시 내에서 직업 교육과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는 교육과정이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모두가 원하는 대기업에 채용되기에는 대학교 졸업장을 딴 이들보다 바늘구멍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4년제 대학교가 아닌 2~3년제 전문제 대학교를 졸업한 이들도 많이 겪는 애로사항이다. 오늘날은, 경제가 부흥했던 예전과는 달리 취업의 문이 더더욱 좁아져, 4년제 대학교를 나왔더라도 이공계 계열이 아니면 대기업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 통념상 굳어진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데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다. 학벌과 학력에 대한 차별이 팽배한 사회가 아닌 개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학력차별과 성차별에 대해 눈 뜨고 싶다면, 이번 기회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시청하기를 추천한다. 이채윤 수습기자
제 720 호 [만평] 바다의 날
[만평] 바다의 날 김다엘 기자
제 719 호 [만평] 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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